* 사례 1
영어면접 할 때 긴장했느냐고요? 글쎄요. 영어 면접이라서 긴장한 순간은 없었던 것 같고요. 그게 영어든 한국어든 질문에 대해 어떻게 잘 답변할지에 긴장했죠."

분당에 사는 박 모씨(28)는 '영어면접'이라서 어렵지는 않았다며 "인터뷰 중에 '어떻게 하면 메가패스 광통신망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어떤 내용이 좋은 답변인지가 면접할 때 긴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중순 KT의 해외공채 영어면접을 통과하고 지난달부터 KT 본사 홍보팀에서 신입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의 토익 점수는 880점이다.

* 사례 2　
"토익 점수는 높은데 영어면접에서 떨어진 사례요? 너무 많아서 사례라고 뽑아서 말씀드리기도 그런데요." LG전자 인사팀 이승엽 과장은 "토익 점수가 900점 이상인데 영어 면접에 들어와서 한마디도 못 하는 경우도 봤다"며 "영어면접을 해보면 900점 이상 고득점자가 영어로 말을 못 해 떨어지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으며 오히려 700~800점인데 막상 회화에서 점수를 따서 입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토익, 텝스 등 공인영어점수만으로는 대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운 시절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수출 위주 대기업은 물론이고 내수형 기업에 이르기까지 영어면접을 주요 채용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 말 못 하는 영어는 필요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채용시 부서별 최소 영어 회화 요구사항이 있고 이에 못 미치면 아무리 다른 능력이 출중해도 결과는 'No'다. 삼성전자는 "영어면접은 면접시 가점(5%)으로 반영되며 당락은 1, 2점 차이로 결정되는 사례가 많아 영어면접뿐 아니라 모든 면접 단계가 취업시험에서 중요하다"면서도 "단, 영어면접이 일정수준 이하인 경우 다른 면접결과와 무관하게 불합격 조치한다"고 선을 그었다.

LG전자는 해외마케팅 등 외국어활용능력이 필수적인 부서는 영어면접을 통해 면접자가 비즈니스 회화 능력이 없다고 판명나면 '절대 탈락 기준'이다. 본사는 모두 1대1 영어면접을 해야 한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예전엔 자기소개나 지원동기 등 몇 가지 상황을 정하고 모두 영어로 외웠다가 이를 발표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외국인하고 회화를 시키기 때문에 더이상 안 통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면접전형시 외국인과 1대1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채용 면접시 인성과 실무면접 외에 별도의 원어민 영어 회화 면접을 실시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회화 구사능력을 평가한다. KT는 상반기에 진행하는 해외 유학생 대상 공채에선 아예 영어프레젠테이션을 요구한다.

SK텔레콤은 어떤 직군에 지원하든 상관없이 1차 실무면접 때 30분가량 외국인과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을 펼쳐야 한다. 매출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이라면 10곳 중 8군데가 영어면접을 실시 중인 것으로 취업포털업체들은 추정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잡코리아가 조사한 '100대 기업 영어면접 실시여부'에 따르면 당시 63개 기업(63%)이 영어면접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중에서 100대 기업은 가고 싶은데 본인의 실력이 '말 못 하는 영어'라면 공사와 은행권이 위안이다. 한국전력은 서류전형에서 토익, 텝스 등 공인영어점수를 지원 자격 기준으로 삼을 뿐 영어면접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도 서류전형만 하고 영어면접은 없다. KT도 하반기 일반공채에선 영어면접을 따로 보지 않는다.

*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취업포털인 잡코리아는 영어면접 성공 6가지 포인트를 제시한다.
부담감을 떨쳐버리는게 첫 관문이다. 이를 위해선 반복적인 사전 연습이 중요하다.

영어면접 전에 예상질문을 몇 가지 뽑아 거울 앞에 서서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지원 회사에 대한 정보에 철저해야 한다. 지원 회사 및 지원 직무에서 사용하는 주요 영어 단어를 외워두는 것은 기본이다.

상황대처 능력이 뛰어나면 유리하다. 영어면접이라고 영어 능력만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창하지만 비논리적인 영어 답변보다는 서툴지만 논리적인 영어에 높은 점수를 준다.

답변을 장황하게 하지 마라. 답변의 주제를 먼저 말한 후 부연설명을 하는 게 좋다. 지나친 부연설명은 감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암기형, 수험용, 객관식 찍기형 외국어 학습을 지양하고 영어로 작성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훈련과 습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일경제